1.
구사옥과 신사옥의 연결 다리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서 비오는거 쳐다보고 있으면. 음. 올해 초까지만 해도 꽤 운치있구나 정도는 생각했었던것 같다. 그다지 풍요로운 감성을 지닌 인간이 아니라는건 예진작에 알고 있었지만, 오늘은 그냥 멍했다. 하루종일 멍청하게 바라만 봤다. 아 물론 일은 일 대로 했지만.

며칠전에도 주절거렸던거 같은데 확실히 감성적으로 무딘 요즘이 덜 피곤한가...싶었는데, 오늘 보니 그냥 머엉...한 기분으로 감성들을 덮어 버린것 같기도 하고.
이것저것 정리되지 않은 묵은 감정들과 신변들이 꼴도 보기 싫다.

2.
지금까지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고등학교 동창놈 중 하나가 사무실 앞으로 왔다길래 같이 저녁을 먹었다. 맥주도 한 잔 하면서. 그런데 이 새끼 살기가 힘든 모양이다. 엄마는 중병으로 한 달에 600만원 이상씩 치료비가 들고. 아버지는 늙고 힘이 없으시고. 이 놈 돈벌이는 시원찮고. 오죽 고생이면 원형탈모증으로 앞머리 반이 날라갔을까. 가족이 짐이 되면 그 보다 더 무거운 건 없을꺼다.

하여간 비는 잘도 온다. 이제 이번 여름에는 좀 그만 와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군. 비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