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주 동안의 전력질주를 끝내고 돌아온 월요일. 정말 출근하기 싫었다.
물론 잠시 더 쉬고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, 사무실 입장에서 보면 그놈에 건축사 시험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직원들에게 졸라 특혜를 주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더 이상의 아량을 베풀긴 힘들지도 모르겠다. 사규 어느 부분에 있는지 찾아보지도 않았고, 노동법에 명시된 연차휴가제도의 원리에 위배되는지 확인도 해보지는 않았지만, 십여일이 조금 넘는 연차휴가를 5일 이상 연속으로 사용 할 수 없다는 깔깔한 조항을 단박에 뛰어넘을 수 있는 휴가는 딱 하나다. 건축사 시험 응시. 알았어 출근하면 되잖아.

열심히 준비한 무대가 끝나면 배우는 허탈함에 어쩔 줄을 모른대매?
비스무리한 상황인데다가 일년을 칼갈아 온 시험에 어이없는 실수연발로 맛이 간 놈이 기어이 몸을 일으켜 출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딱 하나 아니겠냐. 목구멍이 포도청.

여하간 뭐가 그렇게 상실감이 컸는지 일주일 내내 가열차게 마셔댔다. 괴롭다. 괴로워서 마셨다. 마셔서 몸이 괴롭고 안마시면 정신이 괴롭다. 몸이 괴로우면 정신은 오히려 안정을 되찾는 것 처럼 착각되기 때문에 참 열심히 마셨다. 곡기끊고 그렇게 쳐마시다가 쓰러지는거야...라는 말도 들었다.

오늘은 후라이데이.
남들은 일주일의 고단함을 오늘 술한잔으로 풀텐데 나는 금요일엔 더 마실 기력이 없어서 곧장 집으로 향한다. 지하철역 가까운 분식집에서 백반을 시켜놓고 평소엔 보지도 않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멍하게 바라보면서 밥을 꾸역꾸역 입으로 가져간다.
지독스럽다. 세상도 나도.